일본의 역사를 아주 먼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조몬 시대’를 만나게 됩니다. 일본의 아주 먼 옛날, 조몬 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사무라이도, 천황이 다스리는 국가도 없었던 시대, 당시 일본 열도에 살았던 사람들은 어디에서 잠을 자고 무엇을 먹으며 하루를 보냈을까요? 독특한 토기와 움집, 사냥과 채집을 통해 자연과 함께 살아갔던 조몬 시대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무려 1만 년 넘게 이어진 조몬 시대, 사람들은 어디에서 살았을까?
조몬 시대는 일본 역사의 아주 오래된 선사시대에 해당합니다. 정확한 시작 시점은 시대 구분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기원전 1만 수천 년 전부터 기원전 수백 년 무렵까지 매우 오랜 기간 이어졌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하나의 왕조나 국가가 오랫동안 계속된 것이 아니라, 긴 시간 동안 일본 열도 곳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갔던 시기를 하나의 큰 시대 이름으로 부르는 것입니다.
조몬 시대 초기에는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가면서 기후와 자연환경에도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기온이 따뜻해지고 숲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주변에서 다양한 식량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바다와 강에서는 물고기와 조개를 잡고 숲에서는 밤이나 도토리와 같은 열매를 채집했습니다. 사슴이나 멧돼지 등을 사냥하기도 했습니다.
조몬 사람들은 흔히 땅을 파서 바닥을 낮춘 뒤 그 위에 나무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덮은 ‘수혈주거’에서 생활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표현으로는 움집과 비슷한 형태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집 안에는 불을 피우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이동하며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조몬 시대에는 한 장소에서 상당 기간 생활한 마을의 흔적도 발견됩니다. 여러 채의 집이 모여 있고 식량 등을 저장하는 시설이나 무덤이 함께 발견되는 유적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일본 아오모리현의 산나이마루야마 유적입니다. 이곳에서는 수많은 주거 흔적과 저장 구덩이, 무덤 등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조몬 시대 사람들이 단순히 작은 무리를 이루어 계속 떠돌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일정한 장소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생활하기도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조몬 시대는 매우 길고 일본 열도도 넓기 때문에 모든 지역의 사람들이 똑같은 모습으로 살았던 것은 아닙니다. 주변에 어떤 동식물이 있는지, 바다와 가까운지 산과 가까운지에 따라 생활 모습도 달라졌습니다.
우리가 조몬 시대를 바라볼 때 중요한 점은 이 사람들이 단순히 ‘농사를 짓기 전의 원시적인 사람들’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자신들이 살아가는 자연환경을 이해하고 계절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을 활용하며 오랫동안 생활을 이어갔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새끼줄 무늬 토기부터 조개무덤까지, 무엇을 먹고 사용했을까?
‘조몬’이라는 이름을 이해하려면 토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조몬은 일본어로 縄文(じょうもん)이라고 쓰는데, 말 그대로 ‘새끼줄 무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당시 사람들이 사용했던 토기의 표면에 새끼줄 등을 눌러 만든 것과 같은 독특한 무늬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었습니다.
조몬 토기는 지역과 시기에 따라 형태가 매우 다양합니다. 비교적 단순한 모습의 토기도 있고 입구 부분이 불꽃처럼 화려하게 장식된 토기도 있습니다. 지금 보아도 상당히 독특하고 예술적인 모습을 가진 토기가 많습니다.
토기의 등장은 사람들의 식생활에도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단단한 열매나 여러 식재료를 토기에 넣고 끓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음식을 조리할 수 있었고 식량을 보관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조몬 사람들이 무엇을 먹었는지는 유적에 남아 있는 흔적을 통해 추정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패총’입니다. 사람들이 먹고 버린 조개껍데기와 동물의 뼈 등이 오랜 세월 동안 쌓여 만들어진 유적으로, 당시의 생활을 보여주는 일종의 시간상자와도 같습니다.
패총을 조사하면 어떤 종류의 조개와 물고기를 먹었는지, 어떤 동물을 사냥했는지 등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사슴과 멧돼지 같은 동물을 사냥하고 물고기와 조개를 잡았으며 나무 열매와 식물성 식량도 폭넓게 이용했습니다.
사냥에는 활과 화살 등이 사용되었고 물고기를 잡기 위한 도구도 만들어졌습니다. 돌이나 뼈, 나무와 같은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하여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도구를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유물은 ‘도구(土偶)’라고 불리는 흙으로 만든 인형입니다. 사람의 모습을 단순하거나 과장된 형태로 표현한 것이 많은데 정확히 어떤 목적으로 만들었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풍요나 출산, 질병의 회복을 기원하는 의례와 관련되었을 가능성 등 여러 해석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조몬 시대에는 글자가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사람이 직접 남긴 일기나 역사책을 읽을 수는 없습니다. 대신 토기와 석기, 집터와 무덤, 패총처럼 땅속에 남겨진 흔적을 하나씩 조사하면서 그들의 생활을 알아가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조몬 시대를 공부하는 것은 오래된 흔적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추적하는 탐험과도 같습니다.
조몬 사람들도 꾸미고 의식을 치렀다? 유물로 만나는 그들의 삶
먹고사는 문제만 해결한다고 해서 사람의 생활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조몬 시대의 유물을 살펴보면 당시 사람들에게도 자신을 꾸미고 무언가를 표현하며 공동체의 의식을 치르는 문화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유적에서는 귀걸이나 팔찌, 목걸이 등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장신구가 발견됩니다. 흙이나 돌, 조개와 같은 다양한 재료가 이용되었습니다. 몸을 꾸미는 행동이 단순한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었는지, 신분이나 집단을 나타냈는지, 특별한 의례와 관련되어 있었는지는 유물에 따라 여러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도구 역시 조몬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생각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유물입니다. 특히 눈이 매우 크게 표현된 ‘차광기 도구’처럼 현대인의 눈에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유물이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 된 설명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의미를 하나로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죽은 사람을 묻은 무덤도 발견됩니다. 이를 통해 조몬 사람들에게 죽은 사람을 일정한 방식으로 매장하는 관습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무덤과 의례에 관한 흔적은 당시에도 가족과 공동체가 중요했으며 삶과 죽음에 대해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조몬 시대를 대표하는 대규모 유적 가운데 하나인 산나이마루야마에서는 큰 기둥을 세웠던 흔적도 발견되었습니다. 정확히 어떤 건축물이었는지를 두고는 여러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많은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가 상당한 규모의 시설을 만들 수 있었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조몬 시대가 특히 재미있는 이유는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문자 기록이 아니라 남아 있는 물건과 흔적으로 상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깨진 토기 한 조각에서는 음식을 만들어 먹었던 모습을, 패총에서는 식생활을, 집터에서는 가족과 공동체의 생활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이어졌던 조몬 시대의 뒤에는 일본 열도의 생활 모습을 크게 변화시키는 새로운 흐름이 나타납니다. 한반도와 중국 대륙 등 주변 지역과의 교류 속에서 벼농사와 금속기 문화 등이 확산되면서 야요이 시대가 펼쳐지는 것입니다.
조몬 시대를 단순히 ‘아주 옛날’이라고만 기억하기보다 토기·움집·사냥과 채집·어로·패총·도구라는 몇 가지 단어를 연결해서 기억해 보세요. 수천 년 전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 훨씬 생생하게 떠오를 것입니다.
조몬 시대 사람들은 자연에서 필요한 것을 얻으며 자신들만의 생활과 문화를 만들어갔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벼농사의 확산과 함께 일본 열도의 생활을 크게 변화시킨 ‘야요이 시대’를 만나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