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이자카야는 어떤 곳일까? 일본의 식사문화
일본 드라마를 보다 보면 퇴근한 직장인들이 작은 가게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여러 접시의 음식을 먹는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오늘은 일본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이자카야는 어떤 곳인지, 일본의 식사문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가게 앞에는 붉은 등불이 걸려 있고 안으로 들어가면 긴 카운터와 작은 테이블이 놓여 있기도 합니다. 이런 장소가 바로 ‘이자카야’입니다. 우리에게는 흔히 일본식 술집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이자카야는 다양한 음식을 함께 주문해 먹는 식당의 성격도 강합니다.
일본 사람들의 일상적인 외식공간인 이자카야는 언제부터 생겼으며 어떤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을까요?

이자카야는 원래 서서 마시는 곳이었다? 이름에 담긴 역사
이자카야는 일본어로 ‘居酒屋’라고 씁니다. 여기에는 이 공간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의미가 숨어 있습니다.
에도 시대에는 술을 만들어 판매하거나 다른 곳에서 가져온 술을 파는 ‘사카야’가 있었습니다. 원래는 술을 구입해 집으로 가져가는 곳이었지만 손님 가운데 그 자리에서 바로 마시는 사람들도 생겨났습니다.
처음에는 가게에서 서서 간단히 마시는 형태가 많았지만 점차 앉아서 술을 마실 수 있도록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일본어 ‘이루(居る)’에는 머물다, 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앉아 머물면서 술을 마시는 가게라는 의미가 더해져 이자카야라는 명칭이 자리 잡았다고 설명됩니다.
사람들이 가게에 오래 머물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음식도 필요해졌습니다. 간단한 안주를 내놓던 것에서 시작해 구이와 조림, 생선 등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는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에도는 당시 세계적으로도 인구가 많은 대도시였습니다. 상인과 장인, 여러 노동자가 모여 살았고 특히 남성 인구가 많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집 밖에서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하려는 수요가 컸기 때문에 소바와 스시, 덴푸라 같은 외식문화가 성장했고 이자카야 역시 이러한 도시생활 속에서 발전했습니다.
메이지 시대 이후에도 이자카야는 계속 이어졌고 근대적인 도시와 회사생활이 발달하면서 퇴근 후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라는 성격도 강해졌습니다.
특히 전후 경제성장기에는 회사 동료들이 일을 마친 뒤 함께 식사하고 대화를 나누는 문화와 연결되었습니다. 그래서 일본 드라마에서는 직장인들이 퇴근한 뒤 이자카야에서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자카야가 직장인 남성만을 위한 공간인 것은 아닙니다. 오늘날에는 친구나 가족이 식사를 하러 가기도 하고 혼자 카운터석에 앉아 음식을 먹는 사람도 있습니다.
규모와 분위기도 매우 다양합니다. 오래된 골목의 작은 개인 가게가 있는가 하면 여러 지역에 점포를 둔 대형 체인점도 있습니다. 현대적인 카페처럼 꾸민 곳이나 특정 지역의 향토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곳도 있습니다.
결국 이자카야는 시대가 변하면서 모습은 달라졌지만 사람들이 한자리에 머물며 음식과 대화를 함께 나누는 공간이라는 특징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한 사람당 한 접시가 아니다? 여러 음식을 함께 먹는 이자카야
일반적인 식당에서는 한 사람이 라멘이나 덮밥처럼 자신의 식사를 하나씩 주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자카야에서는 주문하는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여러 사람이 작은 요리를 몇 가지 주문해 테이블 가운데에 놓고 함께 나누어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의 큰 주 요리를 먹는다기보다 서로 다른 음식을 조금씩 맛보며 식사를 이어가는 방식입니다.
메뉴도 매우 다양합니다. 닭고기를 꼬치에 끼워 구운 야키토리와 생선회, 구운 생선, 두부, 샐러드, 감자튀김, 교자, 달걀말이, 튀김요리 등을 한 가게에서 함께 판매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자카야는 특정한 하나의 일본요리를 전문적으로 먹으러 가는 곳이라기보다 여러 종류의 음식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공간에 가깝습니다.
가게에 들어가 자리에 앉으면 주문하지 않은 작은 음식이 먼저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을 ‘오토시’라고 합니다.
처음 방문한 여행객이라면 “나는 이 음식을 주문하지 않았는데 왜 나왔을까?” 하고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 오토시는 자리에 앉은 손님에게 제공하는 작은 요리이면서 일정한 자리 이용료와 비슷한 성격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무료 서비스라고 생각했다가 계산할 때 금액이 포함되어 있어 놀랄 수 있습니다. 오토시의 종류와 가격, 제공 방식은 가게마다 다릅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쓰키다시’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식당에 가면 기본 반찬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비용 처리 방식이 다를 수 있으므로 일본의 독특한 외식관습으로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주문 방식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작은 가게에서는 직원에게 직접 메뉴를 말하지만 체인형 이자카야에서는 테이블의 태블릿으로 주문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화면에서 원하는 메뉴와 수량을 선택하면 주문이 주방으로 전달됩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지역에서는 여러 언어를 지원하는 기기도 있어 일본어를 잘하지 못해도 이용하기 쉬워졌습니다.
식사가 끝난 뒤 계산할 때는 테이블에서 바로 계산하기보다 계산서를 들고 출구 근처 계산대로 이동하는 가게도 있습니다. 다만 주문과 계산 방식은 매장마다 다르므로 주변 손님이나 안내를 확인하면 됩니다.
이처럼 이자카야는 메뉴뿐 아니라 음식을 주문하고 나누어 먹는 방식 자체에서도 일본의 외식문화를 발견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퇴근 후 ‘한잔’만 하는 곳일까? 달라지고 있는 일본 이자카야 문화
이자카야 하면 흔히 퇴근한 직장인들이 모이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실제로 일본의 직장문화에서 회식은 오랫동안 중요한 인간관계의 한 부분으로 여겨졌습니다.
회사에서 열리는 회식이나 친목 모임을 ‘노미카이’라고 부릅니다. 직장뿐 아니라 학교의 동아리나 친구 모임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표현입니다.
과거에는 업무시간에 나누기 어려웠던 이야기를 식사자리에서 나누면서 구성원 사이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든다는 인식도 있었습니다. 상사와 직원이 함께하는 회식이 직장생활의 연장처럼 여겨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 장소에서 모임이 끝난 뒤 다른 가게로 이동해 다시 이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첫 번째 자리를 ‘이치지카이’, 이어지는 두 번째 자리를 ‘니지카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 일본에서는 이러한 회식문화에 대한 생각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개인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회사 모임에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직장 관계와 개인생활을 분리하려는 경향이 나타났고 감염병 유행 시기를 거치면서 대규모 회식이 감소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과거 일본 직장문화를 보여주는 드라마의 모습을 오늘날 모든 회사의 일상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자카야 자체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달라지고 있습니다. 예전보다 음식의 품질과 분위기를 강조하거나 혼자 방문하기 편한 좌석을 마련하고 점심식사를 판매하는 곳도 있습니다.
여성 손님이나 가족, 관광객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밝고 현대적인 인테리어를 갖춘 매장도 많아졌습니다.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나 향토요리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면서 여행객에게 지역문화를 소개하는 역할을 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자카야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음식을 주문할 수 있습니다. 다만 매장에 따라 음료 주문이나 이용방식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확인하면 좋습니다.
결국 현대의 이자카야를 단순히 ‘술을 마시는 장소’라고만 정의하기에는 그 모습이 매우 다양합니다. 식사를 하고 친구와 대화를 나누거나 혼자 간단히 음식을 즐기는 등 이용방식도 계속 변화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오래된 골목에서 작은 이자카야의 따뜻한 등불을 발견했을 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일본 사람들이 일을 마친 뒤 어떻게 쉬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왔는지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자카야는 술을 판매하던 가게에서 손님이 머물며 음식까지 즐기게 되면서 발전한 일본의 독특한 외식공간입니다.
여러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는 방식과 오토시, 퇴근 후 모임문화에는 일본인의 일상과 사회생활이 자연스럽게 담겨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전통적인 직장 회식문화에서 벗어나 이용하는 사람과 방식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이자카야를 만나게 된다면 단순한 일본식 술집이라기보다 오랜 도시생활과 현대인의 식사문화가 함께 담겨 있는 공간으로 바라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