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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집은 왜 현관이 낮을까? 일본 주택에서 발견하는 독특한 생활문화

양쿠미 2026. 9. 10. 11:05

일본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을 보다 보면 집에 들어온 사람이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한 단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일본 집은 왜 현관이 낮은지 일본 주택에서 발견하는 독특한 생활문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집 안에서 신발을 벗지만 일본 주택의 현관은 바닥 높이가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어 더욱 눈에 띕니다. 여기에는 신발을 벗는 생활방식뿐 아니라 일본의 기후와 전통적인 주거문화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현관부터 욕실과 화장실, 방의 구조까지 일본 주택에서 발견할 수 있는 흥미로운 특징을 알아보겠습니다.

일본 집은 왜 현관이 낮을까? 일본 주택에서 발견하는 독특한 생활문화
일본 집은 왜 현관이 낮을까? 일본 주택에서 발견하는 독특한 생활문화

일본 집의 현관은 왜 한 단 아래에 있을까?

일본 집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공간이 ‘겐칸(玄関)’입니다. 현관문을 열었을 때 신발을 신고 들어서는 낮은 바닥과 실제 집 안에서 생활하는 높은 바닥이 분명하게 나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낮은 쪽을 ‘다타키’라고 부르기도 하며 이곳에서 신발을 벗습니다. 신발을 벗은 뒤에는 한 단 높은 실내 바닥으로 올라갑니다. 따라서 현관의 높이 차이는 밖에서 신는 신발의 영역과 깨끗한 실내생활 공간을 눈으로도 쉽게 구분해 줍니다.

 

이러한 구조를 이해하려면 일본의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바닥에 앉아서 생활하는 문화가 발달했습니다. 다다미가 깔린 방에 직접 앉아 식사하거나 이불을 펴고 잠을 자기도 했기 때문에 실내 바닥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일본의 기후 역시 주택의 구조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일본은 여름에 덥고 습한 지역이 많습니다. 전통적인 목조주택에서는 지면에서 올라오는 습기를 줄이고 바닥 아래로 공기가 통할 수 있도록 실내 바닥을 지면보다 높게 만드는 방식이 사용되었습니다.

따라서 오늘날의 일본 주택에서 볼 수 있는 현관의 단차를 단순히 ‘신발을 벗기 위해 일부러 바닥을 낮게 만들었다’라고만 설명하기보다는 전통적인 주택구조와 실내외를 구분하는 생활문화가 함께 이어져 온 모습이라고 이해하면 좋습니다.

 

현관에는 독특한 예절도 있습니다. 방문한 사람은 다타키에서 신발을 벗고 실내로 올라가며, 신발은 현관문 쪽을 향하도록 가지런히 돌려놓는 것이 일반적인 예절로 여겨집니다. 집주인이 방문객의 신발을 정돈해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일본의 현관은 단순히 신발을 보관하는 곳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집 안과 바깥을 구분하는 경계이면서 손님을 처음 맞이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현관에서 간단한 인사를 나누거나 집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잠시 기다리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일본어 표현에서도 이러한 문화가 나타납니다. 다른 사람의 집에 들어갈 때 흔히 「お邪魔します(오자마시마스)」라고 말합니다. 직역하면 ‘방해하겠습니다’에 가깝지만 실제로는 남의 공간에 들어갈 때 사용하는 정중한 인사입니다.

 

반대로 집에 돌아온 사람은 「ただいま(다다이마)」, 집에 있던 사람은 「おかえり(오카에리)」라고 인사합니다. 일본의 현관은 이렇게 주거공간의 구조뿐 아니라 일상의 인사문화까지 만날 수 있는 장소입니다.

 

방에는 의자 대신 다다미? 일본 전통주택의 독특한 공간 활용법

일본의 전통적인 방을 떠올리면 바닥에 깔린 다다미가 생각납니다. 다다미가 깔린 일본식 방을 ‘와시쓰(和室)’라고 합니다.

다다미는 전통적으로 골풀 등을 이용해 만든 바닥재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다다미가 단순한 바닥재를 넘어 방의 넓이를 나타내는 기준으로도 사용된다는 것입니다. 일본에서 집을 알아볼 때 ‘6조’, ‘8조’처럼 방 크기를 표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여기에서 ‘조(畳)’는 다다미 장수를 기준으로 한 표현입니다.

다만 다다미 한 장의 정확한 크기는 지역이나 규격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다다미 한 장은 무조건 몇 제곱미터’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전통적인 와시쓰에는 높은 침대나 큰 소파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낮에는 방에 작은 상을 놓고 생활하다가 밤이 되면 ‘후톤’이라고 하는 일본식 이불을 꺼내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아침에는 이불을 접어 벽장인 ‘오시이레’에 넣으면 다시 넓은 생활공간이 만들어집니다. 하나의 방을 거실처럼 사용했다가 밤에는 침실로 바꿀 수 있는 것입니다.

 

공간을 나누는 방법도 독특합니다. 일본 전통주택에서는 벽 대신 ‘후스마’라는 미닫이문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후스마를 닫으면 각각의 방으로 사용할 수 있고 열어두면 두 개의 방을 하나의 넓은 공간처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빛을 통과시키는 종이를 붙인 ‘쇼지’도 유명합니다. 쇼지는 바깥의 강한 빛을 부드럽게 실내로 들여보내면서 공간을 구분하는 역할을 합니다. 나무와 종이로 이루어진 쇼지는 일본 전통주택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와시쓰 한쪽에서 바닥이 조금 높아진 작은 공간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도코노마’라고 합니다. 족자나 꽃, 장식품 등을 놓아두는 공간으로 전통적인 일본의 미의식을 보여줍니다.

 

물론 현대 일본인이 모두 다다미방에서 생활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날의 아파트나 주택에서는 나무 바닥을 사용한 서양식 방인 ‘요시쓰(洋室)’가 일반적이며 침대와 소파, 식탁을 사용하는 가정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집 안에 와시쓰 한 칸을 마련하거나 다다미의 느낌을 현대적으로 활용하는 주택도 있습니다. 현대적인 생활방식 속에서도 전통적인 공간문화가 다양한 형태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욕실과 화장실이 따로 있다? 일본 집 구조에 숨어 있는 생활습관

일본 주택을 살펴볼 때 또 하나 흥미로운 부분이 욕실입니다. 일본의 목욕문화에서는 욕조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몸을 씻는 것이 기본적인 방식입니다.

 

욕조는 몸의 때를 씻는 곳이라기보다 깨끗하게 씻은 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며 쉬는 공간에 가깝습니다. 가족이 같은 욕조의 물을 차례로 사용하는 전통적인 생활습관도 이러한 방식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식 욕실에는 욕조 옆에 몸을 씻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샤워기로 몸을 충분히 씻고 헹군 뒤 욕조에 들어갑니다. 우리나라에서 욕조 안에서 바로 샤워하는 모습과 비교하면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에서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욕실과 화장실을 분리한 주택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세면대까지 각각 다른 공간에 두는 집도 있습니다. 한 사람이 목욕하는 동안 다른 가족이 화장실이나 세면대를 사용할 수 있다는 실용적인 장점도 있습니다.

 

반대로 원룸이나 작은 숙소에서는 욕조·세면대·변기가 한 공간에 들어간 ‘유닛 배스’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본 집은 무조건 욕실과 화장실이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집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구조가 다양합니다.

 

일본 주택에는 비교적 작은 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아이디어도 많습니다. 도시에서는 주거공간이 넉넉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붙박이 수납공간을 이용하거나 미닫이문을 사용해 문이 열리는 데 필요한 공간을 줄이기도 합니다.

집의 평면도를 보면 1R, 1K, 1DK, 1LDK 같은 낯선 표시도 자주 등장합니다. ‘R’은 하나의 방으로 이루어진 원룸을 뜻하고, K는 주방, D는 식사공간, L은 거실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1LDK라면 독립된 방 하나에 거실·식사공간·주방을 갖춘 형태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일본의 집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그곳에 살아온 사람들의 생활습관을 담고 있습니다. 현관의 높이 차이와 다다미, 미닫이문, 목욕공간처럼 사소해 보이는 구조를 살펴보면 일본 사람들이 집 안과 밖을 어떻게 구분하고 한정된 공간을 어떻게 활용해 왔는지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일본 주택의 현관과 다다미방, 욕실 구조에는 오랫동안 이어진 생활방식과 기후, 공간 활용의 지혜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평범한 집 한 채도 그 나라의 문화를 들여다보는 작은 창이 될 수 있습니다. 일본의 생활공간을 알고 나면 드라마나 여행에서 마주치는 익숙한 장면들도 조금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