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일본 여름에는 왜 축제가 많을까? 마쓰리와 일본의 축제문화

양쿠미 2026. 9. 14. 11:05

여름철 일본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에서는 유카타를 입은 사람들이 작은 부채를 들고 축제에 가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특히 여름에 축제가 많은 일본의 축제문화와 '마쓰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거리에는 등불이 켜지고 음식 노점이 늘어서며 사람들이 커다란 가마를 메고 행진하기도 합니다. 이런 일본의 축제를 흔히 ‘마쓰리’라고 합니다. 하지만 마쓰리는 단순히 사람들이 모여 즐기는 여름 행사가 아닙니다. 신사와 지역의 신앙에서 시작된 축제도 많고 계절과 농사, 지역의 역사와 연결된 행사도 있습니다.

 

일본의 마쓰리는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오늘날에는 어떤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을까요?

일본 여름에는 왜 축제가 많을까? 마쓰리와 일본의 축제문화
일본 여름에는 왜 축제가 많을까? 마쓰리와 일본의 축제문화

마쓰리는 원래 신에게 감사하는 행사였다?

일본어 ‘마쓰리(祭り)’는 일반적으로 축제나 제사를 의미합니다. 오늘날에는 다양한 행사를 마쓰리라고 부르지만 전통적인 마쓰리 가운데 상당수는 일본의 신토 신앙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옛사람들에게 자연의 변화는 삶과 직접 연결되는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농사가 잘되려면 적당한 비와 햇빛이 필요했고 태풍과 가뭄, 전염병 같은 재난은 사람들의 생활을 크게 위협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신에게 풍년과 평안을 기원하거나 수확에 감사하는 의식을 열었습니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제사를 지내는 행사도 발전했습니다.

 

일본에는 지역마다 수많은 신사가 있으며 각 신사에서 특정한 시기에 축제를 개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본의 마쓰리는 전국에서 모두 똑같은 방식으로 열리는 하나의 축제가 아니라 지역에 따라 모습과 의미가 매우 다양합니다.

 

마쓰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이 ‘미코시’입니다. 여러 사람이 어깨에 메고 움직이는 화려한 가마처럼 보이지만 단순한 퍼레이드 장식물은 아닙니다.

전통적으로 미코시는 축제 기간에 신사의 신이 임시로 머물며 지역을 이동하는 가마로 여겨집니다. 사람들이 미코시를 메고 마을이나 거리를 돌아다니는 행렬이 마쓰리의 중요한 부분이 되기도 합니다.

 

축제에 따라서는 사람들이 힘찬 구호를 외치면서 미코시를 흔들거나 이동합니다. 관광객의 눈에는 매우 활기찬 퍼레이드처럼 보이지만 그 바탕에는 지역의 종교적 전통이 자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오래된 마쓰리도 있습니다. 교토의 기온 마쓰리, 오사카의 덴진 마쓰리, 도쿄의 간다 마쓰리 등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교토의 기온 마쓰리는 오랜 역사를 가진 축제입니다. 그 기원은 헤이안 시대였던 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사람들은 전염병과 재난을 일으키는 원령을 달래기 위한 의식을 행했고 이것이 이후 축제로 발전한 것으로 설명됩니다.

 

기온 마쓰리에서는 거대한 ‘야마’와 ‘호코’라는 수레가 거리를 이동하는 행렬이 유명합니다. 화려한 직물과 장식으로 꾸며진 수레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교토를 찾습니다.

 

이처럼 일본의 유명한 마쓰리에는 단순히 즐거운 축제라는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재난을 피하고 평안을 기원했던 옛사람들의 신앙과 지역의 역사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금붕어 뜨기와 다코야키? 마쓰리의 야타이는 무엇일까?

현대의 일본 마쓰리를 떠올릴 때 빠지지 않는 것이 길게 늘어선 노점입니다. 이러한 노점을 흔히 ‘야타이’라고 부릅니다.

 

축제가 열리는 신사 주변이나 거리에는 여러 종류의 야타이가 들어섭니다. 다코야키와 야키소바, 오코노미야키, 구운 옥수수, 닭꼬치처럼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판매됩니다.

사과에 달콤한 시럽을 입힌 ‘링고아메’나 솜사탕, 빙수처럼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도 축제의 익숙한 풍경입니다.

 

먹거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물이 담긴 작은 수조에서 종이 뜰채를 이용해 금붕어를 건지는 ‘긴교스쿠이’는 일본 축제를 대표하는 놀이 가운데 하나입니다.

종이가 물에 젖어 찢어지기 전에 금붕어를 건져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작은 공이나 장난감을 건지는 놀이도 있습니다.

 

고리 던지기와 사격놀이처럼 작은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야타이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마쓰리는 종교적인 행사라기보다 친구나 가족과 간식을 먹고 놀이를 즐기는 특별한 날로 기억되기도 합니다.

 

여름 마쓰리에서는 ‘유카타’를 입은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유카타는 기모노와 비슷해 보이지만 보다 가볍고 간편한 옷입니다. 원래는 목욕 후에 입는 옷과 관련되어 발전했지만 오늘날에는 여름축제와 불꽃놀이에서 즐겨 입는 계절복으로 친숙합니다.

 

얇은 면 소재의 유카타에 허리띠인 오비를 매고 게타를 신기도 합니다. 전통적인 무늬뿐 아니라 현대적인 색상과 디자인의 유카타도 다양합니다.

 

축제 장소에서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 춤추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본오도리’입니다.

본오도리는 조상을 기리는 일본의 ‘오본’ 시기와 관련된 춤입니다. 지역마다 음악과 춤동작이 다르며 가운데 세운 무대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원을 그리며 춤을 추기도 합니다.

 

전문적인 무용수만 참여하는 공연이라기보다 지역 주민들이 함께 춤추는 형태가 많기 때문에 처음 온 사람도 동작을 따라 하며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마쓰리는 신사에서 시작된 의식과 현대적인 놀이문화가 한 공간에 함께 존재합니다.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행사 옆에서 아이들이 솜사탕을 먹고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입니다.

 

여름축제 하면 불꽃놀이? 마쓰리가 오늘날에도 계속되는 이유

일본의 여름 하면 ‘하나비’, 즉 불꽃놀이도 빼놓기 어렵습니다. 강가나 바닷가에서 대규모 불꽃놀이 행사가 열리고 많은 사람이 유카타를 입고 이를 보러 갑니다.

 

일본의 불꽃놀이 문화는 에도 시대에 크게 발달했습니다.

특히 오늘날 도쿄의 스미다가와 불꽃놀이로 이어지는 행사의 뿌리는 1733년에 열린 불꽃놀이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당시에는 전년도에 발생한 기근과 전염병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재난이 사라지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오늘날에는 종교적인 의미보다 여름의 대표적인 여가행사라는 성격이 강해졌습니다. 커다란 불꽃이 밤하늘에 터지는 동안 가족과 연인, 친구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여름철의 특별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마쓰리가 계속 이어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지역 공동체와의 관계입니다.

축제를 준비하려면 많은 사람이 필요합니다. 미코시와 수레를 관리하고 행렬을 준비하며 주변을 정리하는 등 지역 주민들이 여러 역할을 나누어 맡습니다.

오랫동안 한 지역에서 살아온 사람이 축제의 방법을 다음 세대에게 알려주면서 지역의 전통도 이어집니다. 그래서 어떤 마을에서는 마쓰리가 그 지역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행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본의 마쓰리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진행되는 지역에서는 무거운 미코시를 멜 젊은 사람이 부족하거나 축제를 준비할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문제가 나타납니다. 오랫동안 이어온 행사를 축소하거나 주변 지역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는 곳도 있습니다.

 

반대로 유명한 마쓰리에는 너무 많은 관광객이 몰리면서 혼잡과 쓰레기, 안전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지역의 종교행사였던 축제가 거대한 관광행사로 성장하면서 새로운 고민이 생긴 것입니다.

 

최근에는 전통을 그대로 반복하기보다 지역 상황에 맞게 축제의 규모와 운영방식을 바꾸려는 노력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마쓰리가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오래된 형태를 완벽하게 보존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시대가 달라질 때마다 사람들이 자신들의 생활에 맞는 방식으로 축제를 조금씩 변화시켜 왔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마쓰리는 단순히 유카타를 입고 야타이 음식을 즐기는 여름축제에서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풍년과 평안을 기원하고 재난이 사라지기를 바랐던 사람들의 신앙과 지역의 역사가 오랜 시간 축제 속에 쌓여왔습니다.

 

오늘날에는 금붕어 뜨기와 먹거리, 본오도리와 불꽃놀이 같은 즐거움이 더해지면서 남녀노소가 함께 즐기는 지역행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 여행에서 마쓰리를 만나게 된다면 화려한 야타이와 불꽃만 바라보기보다 왜 이 지역에서 이 축제가 시작되었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습니다. 즐거운 축제 풍경 뒤에 숨어 있던 또 다른 일본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