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도시 한가운데에서도 붉은색이나 나무색의 커다란 문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일본 신사 앞에는 도리이가 있는 이유 그리고 신사와 참배문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일본 산길에는 수백 개의 붉은 문이 이어지는 곳도 있고, 바닷물 위에 거대한 문이 서 있는 곳도 있습니다. 이것이 일본 신사의 상징처럼 알려진 ‘도리이’입니다. 신사 안에서는 사람들이 손을 씻고 참배하거나 작은 나무판에 소원을 적어 걸어놓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의 신사는 정확히 어떤 곳이며 입구에 도리이를 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신사는 절과 다르다? 일본의 신토와 신사 이야기
일본 여행에서 ‘신사’와 ‘절’을 비슷한 장소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오래된 건물과 전통적인 문, 종교적인 공간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두 장소의 종교적 배경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일본의 신사는 주로 ‘신토’와 관련된 공간입니다. 신토는 일본에서 오랜 세월 형성된 토착 신앙과 의례를 바탕으로 발전했습니다.
신토에서 중요한 개념이 ‘가미’입니다. 우리말로 흔히 ‘신’이라고 번역하지만 서양의 유일신 개념과 완전히 같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가미는 자연현상이나 산과 강, 나무처럼 특별하게 여겨지는 자연물과 연결되기도 하고 특정 지역을 지키는 존재나 역사적인 인물이 가미로 모셔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에는 매우 많은 신사가 존재합니다. 마을을 지켜주는 가미를 모시는 작은 신사부터 전국적으로 유명한 대규모 신사까지 크기와 성격도 다양합니다.
반면 일본의 ‘데라’ 또는 ‘지’라고 부르는 절은 기본적으로 불교와 관련된 공간입니다. 불교는 6세기 무렵 한반도의 백제를 거쳐 일본에 공식적으로 전해진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역사를 살펴보면 신토와 불교가 언제나 완전히 분리되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오랜 세월 두 신앙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존재했습니다. 신사 안에 불교적인 시설이 있거나 불교 사찰과 신사가 밀접하게 연결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신토와 불교의 결합을 ‘신불습합’이라고 합니다.
메이지 시대가 시작된 뒤 정부가 신토와 불교를 구분하려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두 종교시설의 경계가 이전보다 뚜렷해졌습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보는 ‘신사와 절은 서로 다른 공간’이라는 모습도 긴 역사적 변화의 결과입니다.
외관에서도 어느 정도 차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신사 입구에서는 도리이를 쉽게 볼 수 있는 반면 불교 사찰에는 불상과 불탑, 종루 등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건축양식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외형 하나만 보고 무조건 구별하기보다는 장소의 이름과 안내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본 사람들의 종교생활 역시 하나의 종교만으로 단순하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새해에는 신사를 찾아가고 장례는 불교식으로 치르는 등 서로 다른 전통이 한 사람의 생활 속에 함께 존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일본의 신사를 이해할 때는 ‘일본 사람들이 모두 같은 방식으로 신토를 믿는다’고 생각하기보다 오랜 세월 일본의 자연관과 지역사회, 생활의례가 쌓여 형성된 종교문화의 공간이라고 바라보는 것이 좋습니다.
도리이를 지나면 다른 공간이 된다? 신사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신사를 방문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도리이입니다.
도리이는 두 개의 기둥 위에 가로로 긴 구조물을 올린 독특한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화려한 붉은색으로 칠한 도리이가 유명하지만 모든 도리이가 붉은 것은 아닙니다. 나무 본래의 색을 살린 것도 있고 돌이나 금속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 것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리이는 왜 신사 앞에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도리이는 사람들이 생활하는 일상적인 공간과 가미를 모시는 신성한 공간의 경계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이해됩니다. 도리이를 통과한다는 것은 신사의 영역으로 들어간다는 의미를 갖는 것입니다.
도리이의 정확한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어 하나의 이야기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도리이가 반드시 어떤 사건 때문에 처음 만들어졌다’는 식의 설명은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리이를 지나면 신사 안쪽으로 이어지는 길인 ‘산도’를 걷게 됩니다.
전통적인 예절에서는 길 한가운데를 피해서 걷는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중앙은 가미가 지나는 자리로 여긴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실제 참배 방식이나 안내는 신사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조금 더 들어가면 물을 떠서 손 등을 씻는 시설을 볼 수 있습니다. ‘데미즈야’ 또는 ‘초즈야’라고 부르는 곳입니다.
참배하기 전에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한다는 의미로 손을 씻는 정화 의식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과거에는 입을 헹구는 절차도 일반적으로 안내되었지만 위생상의 이유 등으로 운영방법이 달라진 곳도 있습니다.
신사의 중심부에는 가미를 모시는 ‘혼덴’, 즉 본전이 있습니다. 그 앞에는 사람들이 참배하는 ‘하이덴’이 마련된 경우가 많습니다.
방문객은 보통 하이덴 앞에서 참배하게 되며 혼덴 내부에 일반인이 자유롭게 들어가는 구조는 아닙니다.
신사에 따라 입구나 경내에 사자처럼 생긴 한 쌍의 석상을 볼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고마이누’입니다. 신성한 공간을 지키는 존재로 여겨지며 입을 벌린 모습과 다문 모습이 한 쌍을 이루기도 합니다.
여우 조각상이 많은 신사도 있습니다. 특히 이나리 신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여우 자체를 신으로 모시는 것이라고 단순하게 설명하기보다는 이나리 신의 사자와 관련된 존재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교토의 후시미 이나리 타이샤에 수많은 붉은 도리이가 이어지는 풍경도 유명합니다. 이 도리이들은 개인이나 기업 등이 감사와 소망 등의 의미를 담아 봉납한 것들입니다.
그래서 도리이 하나만 살펴보더라도 일본의 신사가 단순한 오래된 건축물이 아니라 사람들이 오랫동안 신앙과 소망을 표현해 온 공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두 번 절하고 두 번 손뼉 친다? 오미쿠지와 에마의 의미
일본 신사를 방문하면 사람들이 본전 앞에서 동전을 넣고 고개를 숙인 뒤 손뼉을 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신사에서 널리 알려진 기본적인 참배 방식은 두 번 절하고, 두 번 손뼉을 친 뒤 기원하고, 마지막으로 한 번 절하는 방식입니다.
일본어로는 흔히 ‘니레이 니하쿠슈 이치레이’라고 표현합니다.
먼저 새전함에 새전을 넣고 두 번 깊게 절합니다. 이어 두 번 손뼉을 친 뒤 조용히 소원을 빌거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마지막으로 한 번 절합니다.
다만 이것이 일본의 모든 신사에 똑같이 적용되는 절대적인 규칙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시마네현의 이즈모타이샤처럼 손뼉을 치는 횟수가 다른 신사도 있습니다. 방문한 신사에 별도의 안내가 있다면 그 방법을 따르면 됩니다.
참배를 마친 뒤 ‘오미쿠지’를 뽑는 사람도 많습니다.
오미쿠지는 앞으로의 운세를 적은 종이입니다. 좋은 운을 뜻하는 ‘다이키치’부터 여러 단계의 운세가 있으며 건강이나 학업, 여행, 인간관계 등 여러 항목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기도 합니다.
좋지 않은 내용이 나왔다고 해서 반드시 큰일이 생긴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신사에 마련된 장소에 오미쿠지를 묶어두는 모습도 볼 수 있으며 좋은 내용의 오미쿠지는 가져가기도 합니다. 이 역시 신사나 개인에 따라 방식이 다를 수 있습니다.
작은 나무판에 글이나 그림을 적어 걸어놓은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을 ‘에마’라고 합니다.
과거에는 신에게 말을 바치는 풍습이 있었는데 실제 말을 대신해 말 그림을 그린 판을 봉납하면서 에마가 발달했다고 설명됩니다. 한자로도 ‘그림 에(絵)’와 ‘말 마(馬)’를 사용합니다.
오늘날에는 에마에 시험 합격과 건강, 좋은 인연, 가족의 행복 등 다양한 소원을 적습니다. 신사마다 그곳과 관련된 동물이나 인물, 지역의 상징을 넣어 독특한 에마를 만들기도 합니다.
새해가 되면 신사를 방문하는 ‘하쓰모데’도 일본에서 익숙한 풍경입니다. 사람들은 새해 처음으로 신사나 절을 찾아 한 해의 평안과 건강 등을 기원합니다.
유명한 장소에는 새해에 매우 많은 사람이 몰리기도 합니다. 종교적인 의식인 동시에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하는 연례행사처럼 참여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처럼 현대 일본에서 신사를 찾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깊은 신앙으로 방문하는 사람도 있고 전통적인 행사나 가족의 관습으로 찾는 사람, 역사적인 건축물과 경관을 보기 위해 방문하는 여행객도 있습니다.
신사는 오랜 종교공간이면서 동시에 현대 일본인의 생활 속에서 여러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는 장소인 것입니다.
일본의 신사와 도리이는 관광사진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전통건축물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도리이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신성한 공간으로 들어가는 경계를 상징하고 그 안의 본전과 참배시설에는 일본의 오래된 신토문화가 담겨 있습니다.
손을 씻고 참배하거나 오미쿠지를 뽑고 에마에 소원을 적는 모습 역시 오랜 전통이 오늘날의 생활 속에서 이어지고 있는 사례입니다.
일본 여행에서 도리이를 만나게 된다면 그저 사진을 찍고 지나가기보다 도리이 너머의 공간이 어떤 가미와 지역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한 번 살펴보세요. 비슷해 보였던 신사마다 서로 다른 역사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